✝ 위령성월을 맞이하며

옛 어른들은 인생의 한계와 덧없음을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회자정리 會者定離”라는 말로 간결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산 사람은 반드시 죽을 것이요. 만난 사람은 헤어지게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사람은 죽음을 회피하려 하고, 그 흔적에서도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그러나 이는 삶의 대원칙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죽음을 피하지 말고 마주 대하면서 살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11월 한달을 ‘위령성월’로 정하고서 죽음을 묵상하도록 권고합니다. 그래서 첫째날은 지상의 삶을 마친 후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화되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는 ‘모든 성인대축일’로 지냅니다. 둘째날은 추사이망追思已亡이라고 해서, 우리에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힘입어서 세상에서의 잘못과 허물에서 벗어나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를 기도하는 날로 지냅니다. 우리는 이렇게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기도하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에게도 눈을 돌리게 됩니다.

첫째, 우리에 앞서 살다가 죽은 이들을 기억하면서 나의 삶은 내가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둘째, 나의 평범하고 어쩌면 무의미하게 지내버리니는 하루가 안타까운 죽음으로 떠나간 이들에게는 말할 수없이 소중한 하루임을 떠올리며 시간의 소중함을 새깁니다.

셋째, 죽은 이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저 단순한 과거의 회상만이 아니라 완성될 미래에 대한 희망도 함께 묵상하는 것입니다. 죽음은 결코 마지막이 아니라 누구나 거쳐야하는 하나의 과정이며, 죽음 다음에 부활이 있기에 우리는 복된 희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낫놓고 기역자를 모르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죽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나의 죽음을 생각하고 그동안 살아온 모습을 찬찬히 살펴봅시다. 빗을 사용하여 머리를 가다듬듯이, 우리 신앙인은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가다듬으며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우용국 실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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