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는 신앙의 공동체입니다.”

2020년 새해를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약 10년 전, 전 세계의 거의 대부분 의 교구들에서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복음화 2020”식의 캠페인을 가져왔습니다. 서울교구의 경우 당시 인구대비 신자비율이 10%를 조금 넘는 상황에서 2020년까지 신자 비율 20%를 목표로 선교에 매진하자는 것이었고, Parish 2020이라는 기치를 내건 시드 니교구에서는 본당사목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해왔습니다. 우리 윌 밍턴 교구도 비슷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복음화 2020, Parish 2020”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졌고, 그때의 목표였던 2020년에 다다른 우리는 10년 전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한 교회 현실을 마주하면서 다시 선교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우리는 “신자비율 20%”라는 식의 양적인 목표를 다시금 제시하면서 우리 본당의 신자들을 어떻게 더 늘릴 수 있을까 하는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선교 는 교회의 근본사명이요, 그리스도인 각 개인의 기본 삶의 양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개인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정과 본당에 이르기까지 그 근본이 선교를 지향해야 함을 일깨 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헨리 나웬 이후 대표적인 현대 영성가로 유명한 미국 사람 로날드 롤하이저(Ronald Rolheiser)는 “오늘날 서구사회는 교회에 나가는 사람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지만 영성 에 관심갖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현대 사람들은 신앙은 원하지만 교회는 원하지 않으며, 의문을 갖기를 원하나 해답은 원하지 않으며, 진리는 원하지만 순종은 원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이에 상응하여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회칙 『교회의 선교사명』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스승보다는 증거를, 주장보 다는 경험을, 이론보다는 실천을 더 믿는다. 그러므로 선교의 첫째가는 아주 중요한 형태 는 그리스도교 생활의 증거이다.”(42항)

따라서 이러한 선교사명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 공동 체를 선교의 공동체로 변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본당 공동체는 세상 속에 복음을 증거하 – 2 – 는 그리스도의 참된 성사 보이지 않는 은총을 가시적으로 ( 드러내는 표징)가 되어야 합니 다. 오늘날 우리 사회 안에 깊이 뿌리 내린 무관심과 개인주의를 넘어서 서로가 서로에 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며, 소외되고 어려운 형제자매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자리할 수 있는 본당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이웃의 현관문을 두들기거 나 거리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성당으로 오시라고 외치는 차원이 아니라, 고전 적 의미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현대 사회 고유의 가난함’이라 할 수 있는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는 구체적 사랑의 삶을 사는 것이 선교의 기초 입니다.

‘구체적인 교회’인 본당 공동체를 접하는 우리 스스로가, 그리고 이웃들이, 우리 본당 의 신자들을 보면서 먼저 손 내미는 사랑을 경험하고, 성경 말씀이나 교리가 어떻다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본당 신자들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문을 열어 서로에게 호의 를 가지도록 하는 것, 이런 것이 ‘그리스도의 성사’요, ‘선교의 공동체’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본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머저 ‘복음의 기쁨을 믿고, 체험하며, 보존하고, 성 장시키는 신앙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복음화된 신자들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 르며 그분의 뜻을 올바르게 깨닫고자 노력할 것이며, 따라서 본당의 여러 일에서 인간의 생각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고 따르고자 노력하는 것이 참된 선교 사명을 수행할 기본 자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 신앙도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2020년 올 한 해, 우리 본당의 모든 이와 우리가 하 는 모든 일이 예수님의 본을 따라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참된 선교의 모습이 될 수 있기를 청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1요한 4,11

본당신부 우용국 실비오